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최근 2년간 신규 인수합병보다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사업 재편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금 확보와 선택과 집중에는 도움이 되지만 AI와 우주항공 등 미래 산업을 겨냥한 대형 투자 부재는 성장성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하이라이트
- 국내 10대 그룹은 최근 2년간 18건, 17조7081억원의 산하 법인·사업부 매각을 통한 경영권 거래를 단행했다.
- SK그룹은 2024년 12월 SK스페셜티 85%를 한앤컴퍼니에 2조7000억원에, 2023년 8월 리뉴 계열 3곳을 KKR에 1조7800억원에 매각했다.
- 삼성전자는 2022년 이후 레인보우로보틱스 35% 확보, LG전자는 지난해 베어로보틱스 51% 인수 등 로봇 분야 투자가 두드러졌다.
최근 2년 자산 매각 흐름과 배경
서울경제 시그널 리그테이블 집계와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자산 기준 국내 10대 대기업 집단은 최근 2년 사이 산하 법인·사업부 매각 18건을 통해 17조7081억원 규모의 경영권 거래를 진행했다. 이는 소수 지분 매각을 제외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단계까지 진행된 거래를 집계한 수치다.최근에는 1조원을 웃도는 소수 지분 거래도 활발해 실제 자산 처분 규모는 20조원을 크게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업들은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한 가운데 대규모 신규 M&A보다 현금 확보와 비핵심 자산 정리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는 SK그룹이 꼽힌다. 2024년 12월 SK㈜는 SK스페셜티 지분 85%를 2조7000억원에 한앤컴퍼니에 매각했고, 지난해 8월 SK에코플랜트는 리뉴어스, 리뉴원, 리뉴에너지충북을 KKR에 넘겨 1조7800억원을 확보했다. 올 7월에는 SK㈜가 SK실트론 지분 70.6%를 2조3000억원에 두산으로 넘기는 거래를 체결했다.
롯데그룹도 지난달 롯데렌탈 지분 61.2%를 TPG에 매각했다. SK는 SK온의 누적 적자 부담 속에서 유동성 확보 필요성이 컸고, 롯데는 중국발 공급 공세로 석유화학 수익성이 악화한 점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HD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매각처럼 업황과 무관하게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자산을 정리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미래 투자 공백과 로봇 분야 대응
사업부 조정과 실탄 확보 자체는 재무 전략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같은 기간 신사업을 겨냥한 대형 M&A는 드물었다. 국내 주력 산업이 반도체, 자동차, 조선, 2차전지에 편중된 상황에서 AI와 우주항공 같은 미래 산업 투자 사례는 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국내 자산운용사 대표는 "지금은 AI 기술 격변 때문에 모험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한 시대"라며 "10년, 20년 뒤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에 베팅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휴머노이드와 로봇 분야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단계적으로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3542억원을 투자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35%를 확보했고, LG전자는 지난해 베어로보틱스 지분 51%를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대차는 2020년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사들여 올 7월 100%를 확보했으며, SK그룹은 SK온 미국법인을 통해 유일로보틱스 지분 13.4%를 보유한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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