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대출 시장, 혁신기업 스케일업 자금공급 취약

한국 벤처대출 시장, 혁신기업 스케일업 자금공급 취약
벤처대출 시장의 약점

국내 벤처기업의 스케일업 단계에서 공급되는 벤처대출 규모가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작은 것으로 나타난다. 정책자금 외 민간 자금 유입이 제한되면서 후속 투자 전 생존을 뒷받침할 자금 사다리가 약하고, 혁신기업의 생존율과 상장 후 자금조달 기능도 함께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이라이트

  • 2024년 U.S. 벤처대출 시장 규모는 530억달러로 한국의 7000만달러보다 약 750배 크며, 한국의 벤처대출/VC 지분투자 비중은 1% 미만이다.
  • 한국 신생기업의 5년 생존율은 2023년 기준 36.4%로 OECD 평균 45.4%에 못 미치며, 연속 자금조달 어려움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 KOSDAQ 상장사의 자본시장 조달액이 2020년 1조6370억원에서 2024년 1919억원으로 급감해 상장 목적 약화와 금융 생태계 순환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국 대비 작은 벤처대출 규모

하나금융연구소와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U.S. 벤처대출 규모는 530억달러, 약 82조원으로 한국의 7000만달러, 약 1000억원보다 약 750배 크다. UK와 일본도 각각 40억달러, 20억달러 수준의 벤처대출 시장을 갖고 있다.

벤처대출은 대출 형식을 띠지만 투자 가치가 있는 지분을 함께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은행 대출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로 초기 기업보다는 스케일업 단계 기업을 대상으로 3년에서 5년 만기의 무담보, 무보증 자금을 공급해 벤처캐피털 투자 이후 다음 라운드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한국은 벤처대출보다 VC 지분투자에 자금이 과도하게 쏠려 있다. VC 지분투자 대비 벤처대출 비중은 U.S. 24.6%, UK 25%, 일본 24%로 비슷한 반면 한국은 1%에도 못 미친다.

금융권에서는 U.S.와 유럽이 벤처기업의 미래가치를 평가하는 데 비해 한국은 자산 담보 중심의 자금공급 체계가 작동하고 있어 벤처대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본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술력과 성장성을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시장 자체가 매우 작다는 점이 벤처대출 부진의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기관이 VC와 마찬가지로 대출보다 지분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벤처캐피털을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VC 지분투자를 넘어 벤처대출 같은 투자형 대출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혁신기업 생존율과 상장 후 조달 위축

이 같은 구조에서는 벤처기업이 초기 투자를 받은 뒤에도 연속적인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낮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하거나 성장 시점이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신생기업의 5년 생존율은 36.4%로 OECD 평균 45.4%를 밑돈다.

상장 이후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기능도 약해지고 있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KOSDAQ 상장사는 유상증자,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통해 1조6370억원을 조달했지만 2022년 1조978억원으로 줄었고, 2023년에는 6140억원, 2024년에는 1919억원까지 감소한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소장은 KOSDAQ 상장의 주요 목적이 자금조달인데 최근 그 규모가 축소되고 있어 상장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한다. 금융당국도 주식시장이 2차 시장 기능에 치우치면서 기업 자금조달을 통한 선순환을 만드는 역할이 약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의 이전 기사에서는 정부가 2026년 스케일업 금융(P-CBO) 프로그램을 통해 유망 중견기업 70곳의 회사채 발행을 총 2,040억원 규모로 지원하기로 한 내용을 다뤘습니다. 자체 신용만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의 장기 성장자금 조달을 돕고, 이자 후납 전환과 조달 비용 인하, KDB·IBK의 신용보강 및 민간 투자자 참여 확대를 통해 직접금융 접근성을 높이려는 점이 핵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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