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송배전망 건설 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늦어지면서 전력 병목이 커지고 있다. AI 확산과 산업단지 조성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핵심 인프라 준공이 밀리며 기업 투자와 고용 일정에도 부담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이라이트
-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30일 154kV 기장-장안 송전선로 등 5개 전원개발사업의 실시계획 변경을 고시하며 공사 기간도 1년씩 연장했다.
- 동해안-동서울 HVDC, 345kV 북천안-신기흥 송전선로 등 대형 국가기간 전력망 사업이 지역 반발로 2036년 이후까지 지연될 전망이다.
- 한국전력은 2038년까지 전국 3,855km 송전망 등 인프라 확충에 80조원 이상 투자 필요성을 제시하며, 지연 시 손실액이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주요 송전사업 일정 재조정
SeDaily 보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30일 '154kV 기장-장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포함한 5개 전원개발사업의 실시계획을 변경 고시했다. 전원개발촉진법상 실시계획은 대규모 전력공급 개발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절차지만, 이번 변경 과정에서 다수 사업의 공사 기간도 함께 늘어났다.
부산 기장군 기장읍, 일광읍, 정관읍 일대 약 9km 구간에 철탑 27기를 세우는 기장-장안 사업은 준공 시점이 다시 1년 늦춰졌다. 한국전력은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과학산업단지와 일광신도시 등을 포함한 기장 지역의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이 사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올해 2월 준공된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는 광주, 부산, 구미를 잇는 정부의 남부권 반도체 벨트 전략의 거점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해당 단지의 안정적 전력 공급을 뒷받침할 전력망 완공이 계속 밀리면서 산업 기반 조성에도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전력은 기장-장안 사업을 2019년 10월 시작해 2025년 10월 전후로 마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2027년 10월로 한 차례 늦춘 데 이어 이번에 다시 1년 연장했다. 이날 함께 변경 고시된 5개 사업 가운데 4개 사업의 공사 기간도 각각 1년씩 늘어났다.
전국 단위 대형 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동해안 울진에서 경기 하남까지 280km 구간에 철탑 436기를 설치하는 초고압직류송전, HVDC 사업은 동서울변환소 증설을 둘러싼 하남시 반대로 수년째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주민들이 절차상 위법성과 대체 부지 가능성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해 살펴봤지만, 현재 여건에서는 다른 대안을 찾기 쉽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지역 수용성을 높일 방안을 찾고 주민과 협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산업 투자 비용과 전력 공급 부담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전력 공급의 핵심 기반으로 꼽히는 345kV 북천안-신기흥 송전선로 사업도 지연 우려가 크다. 이 사업은 동해안-동서울 HVDC와 함께 국가기간 전력망 99개 사업 중 하나로 지정됐지만, 2023년 수립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당시 2032년 이후 준공이 예상됐고, 지난해 마련된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서는 준공 시점이 2036년 12월로 더 밀렸다.주민 반발이 이어지는 만큼 추가 지연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km 규모의 지역 사업부터 수백km에 이르는 국가 핵심 인프라까지 전력망 확충 사업 전반이 난항을 겪으면서 병목 현상이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 지연의 부작용은 송전 병목에 그치지 않는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사업은 입지 선정에만 10년 이상이 걸리면서 한국전력이 석탄보다 비싼 LNG 발전 전력을 구매해야 했고, 이에 따른 손실이 1조1천727억원에 달했다. 이 사업은 착수 후 22년 만인 지난해 4월에야 완료됐다.
공사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과 민간 사업자의 출력제한 손실까지 감안하면 전력망 건설 지연에 따른 전체 손실은 수조원대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송전선로 사업이 1년만 늦어져도 기회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말했다.
앞으로 필요한 투자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38년까지 전국 70개 송전선로, 총연장 3,855km를 건설하는 데 72조8천억원이 필요하고, 배전망 투자 10조2천억원을 더하면 총 투자액은 80조원을 웃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는 2040년 전력소비량이 694.1TWh로 지난해보다 최대 26.3%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전력은 특정 지역이 일방적으로 희생된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지역 연대형 갈등도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며, 공사 현황 실시간 공개와 보상 강화 등으로 지역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의 이전 기사에서는 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와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겹치며 효성중공업·HD Hyundai Electric·LS Electric 등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주와 수주잔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정리했습니다. 특히 변압기·배전반 등 핵심 전력기기 수요가 북미에서 강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데이터센터의 전력 확보 경쟁이 ‘송전망 병목’과 맞물려 사업 기회와 전력 조달 전략 변화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는 흐름을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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