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분업계 가격 담합에 6,710억 원 과징금 부과

공정위, 제분업계 가격 담합에 6,710억 원 과징금 부과
제분업계에 역대급 과징금

국내 제분업계의 장기 담합이 빵과 면류 원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의 생활물가 대응 기조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밀가루 가격·공급 담합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인 6,710억4,500만 원의 과징금과 가격 재산정 명령을 내린다.

하이라이트

  • 공정위는 7개 제분사의 6년간 24차례 밀가루 가격·공급 담합 적발로 총 6,710억 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 각 제분사는 2019년 말 대비 2022년 9월 밀가루 판매가격을 최대 74% 인상해 시장점유율 87.7%를 바탕으로 가격 영향력 행사했다.
  • 정부 보조금 471억 원 지급 이후에도 담합이 지속됐으며, 일부 업체 과징금 감경 및 보조금 환수 등 후속 조치가 검토된다.

6년간 24차례 가격·공급 담합 적발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사조동아원,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삼양사, 대선제분, 한탑, 삼화제분 등 7개 제분사의 밀가루 가격 고정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 규모는 2010년 LPG 공급사 6곳에 부과된 6,689억 원을 넘어 담합 사건 기준 역대 최대라고 공정위는 설명한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담합은 2019년 11월 제분사 간 경쟁이 심화하던 시점에 시작된다. 시장점유율 상위 업체 임원들이 만나 경쟁을 자제하고 적정 가격을 유지하기로 합의한 뒤, 다른 업체들까지 가담하면서 담합 범위가 확대된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10월까지 모두 24차례에 걸쳐 가격과 공급량을 조정한 것으로 조사된다. 농심, 팔도, 풀무원 등 대형 수요처를 상대로는 19차례 공급가격과 물량을 맞췄고, 중소 수요처와 대리점을 상대로도 5차례 담합이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대표급과 실무급 회의가 총 55차례 열린 것으로 파악된다.

원재료인 원맥 수입가격이 오르던 2020년부터 2022년에는 인상 폭과 시점을 미리 정해 비용 부담을 즉시 판매가격에 반영했고, 2023년 이후 원맥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뒤에도 인하 폭과 적용 시점을 조절해 높은 가격을 유지한 것으로 공정위는 본다. 관련 매출은 6년간 5조6,900억 원에 달하며, 조사 협조에 따라 일부 기업의 과징금은 감경된다.

보조금 수령 뒤에도 가격 상승, 업계는 재발 방지 약속

이번 사건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정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총 471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 뒤에도 담합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필요할 경우 농림축산식품부가 보조금 환수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다.

공정위에 따르면 각 제분사의 밀가루 판매가격은 담합 시작 시점과 비교해 최대 74%까지 오른다. 2019년 12월 제분사별 킬로그램당 400원대에서 500원대에 머물던 가격은 2022년 9월 상승 폭이 가장 큰 시점에 885원까지 높아진다. 공정위는 과점 구조의 제분사들이 국내 기업 간 거래용 밀가루 판매시장의 87.7%를 차지해 사실상 시장가격 형성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본다.

정부는 최근 생활밀착 품목 담합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2월에는 설탕 담합에 3,96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지난달에는 인쇄용지 담합에 3,383억 원의 과징금과 함께 20년 만의 가격 재산정 명령을 내렸다. 다만 가격 재산정 명령을 두고는 수급으로 결정돼야 할 가격에 대한 정부 개입이 장기적으로 시장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는 대체로 책임을 인정하며 개선 의지를 보인다. CJ제일제당은 국민께 우려를 끼쳐 깊이 사과한다며 경쟁사 접촉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제분협회에서 탈퇴했다고 밝히고, 삼양사는 일부 B2B 영업 관행과 내부 관리체계가 미흡했다며 가격정책과 영업활동 전반의 내부 기준과 의사결정 절차를 재점검하고 있다고 전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과징금 처분을 둘러싼 행정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 매체는 앞서 국내 숙박 예약 플랫폼의 할인쿠폰 소멸·재판매 관행을 둘러싸고 여기어때와 야놀자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소식을 전한 바 있습니다. 당시 보도에서는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 남용 여부와 쿠폰 정산 구조가 중소 숙박업체에 미친 피해 규모, 그리고 재판이 거래 조건 판단 기준과 업계 시장구조에 미칠 파장을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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