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경기 회복기에 맞춰 생산능력을 늘리던 기존 투자 공식이 약해지고 있다. 투자 판단의 중심이 수요와 수익성보다 공급망 안정과 지정학 리스크로 옮겨가면서 국내 설비투자와 해외 직접투자의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하이라이트
-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 성장률과 설비투자 증가율 상관계수는 2020년 이전 0.76에서 이후 0.17로 급격히 하락했다.
- 안보 및 글로벌 요인의 설비투자 기여도는 2001~2019년 평균 29.6%에서 2020년 이후 43.9%로 확대되었고, 반도체 48.7%, 자동차 50.9%까지 상승했다.
- 한국 기업의 국내 설비투자 약화로 인한 공백은 U.S., 베트남, 인도 등 해외 직접투자가 메우고 있으며, 본원소득의 경상수지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가 짚은 투자 기준 변화
한국은행이 수요일 발표한 '경제안보 패러다임의 부상과 한국 투자 구조의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 성장률과 설비투자 증가율의 상관계수는 2020년 이전 0.76에서 이후 0.17로 낮아졌다. 경기 회복에 맞춰 자본지출이 늘어나던 연결고리가 최근 수년 사이 뚜렷하게 약해졌다는 의미다.보고서는 U.S.-China 전략 경쟁,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재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경제안보 패러다임이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수요 전망, 금리, 가동률만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으며, U.S. CHIPS Act, 관세 장벽, 공급망 재정렬, 대중국 규제 같은 요소를 투자 지역 선택의 핵심 변수로 반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 판매 전망이 좋으면 공장을 늘리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경기 여건과 무관하게 공급망 확보나 주요 시장 내 생산거점 구축을 위한 투자가 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14개 세부 업종 설비투자 분석에서도 안보 및 글로벌 요인의 기여도는 2001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29.6%에서 2020년 이후 43.9%로 확대됐다.
반도체 업종에서는 해당 비중이 33.1%에서 48.7%로 상승했다. 자동차 업종에서는 25.9%에서 50.9%로 높아져 절반을 넘어섰으며, 현지 U.S. 생산 요구, 관세 정책, 전기차 공급망 구축이 판매 전망보다 더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내 투자 공백과 산업 기반 과제
국내 설비투자 약화로 생긴 공백은 해외 직접투자가 메우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지정학 리스크가 높아질수록 국내 자본투자는 줄고 해외 직접투자는 늘어나는 경향이 뚜렷했으며, 기업들은 국내 증설보다 U.S., 베트남, 인도에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데 더 적극적이다.이 같은 변화는 일본과 독일처럼 해외 투자 수익이 경제를 떠받치는 선진국형 모델과 비슷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해외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과 이자 수입이 늘면서 한국 경상수지에서 본원소득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이를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해외 수익 역시 결국 국내 본사의 기술력, 연구개발 역량, 제조 경쟁력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대응 방안으로 글로벌 가치사슬 상단에서의 협상력 강화, 기술 동맹 확대, 첨단 산업 클러스터와 규제 개혁을 통한 핵심 제조공정 및 연구개발 기능의 국내 유지, 고급 인재 육성을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해외 투자 확대가 국내 제조업과 수출 기반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 재투자 방안과 관련해, 우리 매체는 정부가 늘어날 수 있는 추가 세입을 AI·반도체 등 미래 산업과 인재 양성에 우선 투입하는 구상을 내놓았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과 함께 데이터센터·전력망 같은 인프라 투자, 국부펀드 논의까지 거론되며 ‘정부의 투자자 역할’ 강화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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