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충격과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글로벌 중앙은행의 물가와 성장 판단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생산성 제고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물가를 낮출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수요와 비용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하이라이트
- AI 투자 붐이 한국, U.S., 유로존 등에서 성장률을 견인하지만 전력망·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단기 물가 압력도 동반 중이다.
- U.S.에서 2025년 1~3분기 실질 GDP 성장률 2.51% 중 AI 투자 기여도가 0.97%포인트(전체 39%)로 추정됐다.
- 한국 1분기 GDP는 전년 대비 3.6%, 교역조건 반영 국내총소득은 12.3% 증가하며 반도체 수출 호조가 에너지 충격 부담을 상쇄했다.
서울 콘퍼런스서 제기된 통화정책 과제
Seoul Economic Daily에 따르면,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월요일 열린 '2026 BOK International Conference' 정책 패널에서 제기된 논의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유럽중앙은행, U.S. 연방준비제도, 일본은행 관계자들은 에너지 가격 충격과 AI 투자 붐이 각국의 물가, 성장, 통화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점검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이 유로존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가격 충격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크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가 상승이 헤드라인 물가와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신 총재는 한국의 성장 경로는 유로존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반도체와 수출 호조가 에너지 가격 상승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으며, 1분기 국내총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3.6%, 교역조건 효과를 반영한 국내총소득은 12.3%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상 유가가 오르면 교역조건이 악화해 국내총소득 증가율이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밑돌지만, 이번에는 반도체 수출 강세가 부정적 영향을 보완했다고 진단했다. 견조한 명목 성장세는 가계와 공공부채 비율의 분모를 키워 관련 지표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환율 등 핵심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물가 대응 과정에서 통화정책 운용 부담이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신 총재가 11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물가, 성장, 환율, 부동산 등 주요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언급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성장세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정책 조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AI 투자와 에너지 충격의 지역별 파장
패널에서 공통적으로 주목한 변수는 AI였다. AI는 전통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공급 능력을 확충해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건설과 첨단 반도체, 전력망, 냉각장비, 네트워크 장비 수요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수요 충격으로 먼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이사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는 현재 AI 붐이 당초 기대됐던 긍정적 공급 충격보다 강한 글로벌 수요 충격으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이런 변화는 중간재와 원자재, 전력 비용을 밀어 올릴 수 있어, 생산성 향상으로 성장과 물가 안정이 동시에 가능할지 아니면 단기 과열로 가격 압력이 커질지를 중앙은행이 함께 따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U.S.에서는 이 흐름이 특히 두드러진다. 한국은행 워싱턴사무소가 취합한 U.S. 연방준비제도와 지역 연방준비은행 분석에 따르면 2025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U.S.의 실질 GDP 성장률 2.51% 가운데 AI 관련 투자의 기여도는 0.97%포인트로 추정됐다. AI 투자가 U.S. 성장의 39%를 이끌었다는 의미로, 대형 기술기업들의 고성능 칩 주문과 AI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개발, 데이터센터 건설이 성장 모멘텀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됐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대규모 AI 투자와 견조한 노동시장, 강한 기업이익이 U.S. 경제의 회복력을 지지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공급망 교란이 길어지면 인플레이션 영향도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존은 순에너지 수입 지역이어서 유가 충격 부담이 더 크다. 슈나벨 이사는 에너지 가격 충격이 일시적 요인을 넘어 기업 판매가격 전망과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으로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은행의 고에다 준코 정책위원도 일본 역시 유가 상승을 부정적 공급 충격으로 보고 있으며, 유가 상승과 공급 충격이 물가와 생산에 얼마나 크고 빠르게 영향을 미칠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발 상품가격 하락 효과가 약해지고 있는 점도 중앙은행의 물가 판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서비스 물가가 충분히 둔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물가 하락세까지 멈추면 상품 물가가 다시 오르며 근원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AI는 성장률을 높이는 동시에 단기 가격 압력을 키울 수 있는 양면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AI 반도체 수요가 수출과 성장을 떠받치는 한편 전력 인프라와 장비, 원자재 가격 상승을 통해 물가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의 토비아스 아드리안 통화자본시장국장은 별도 발표에서 금융여건 완화가 단기적으로 경기를 지원할 수 있지만 레버리지와 하방 위험도 키울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 산출갭뿐 아니라 금융 취약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이전 기사에서는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유가 급등과 공업제품·생활물가 동반 상승으로 3%대(3.1%)로 재진입하며 물가 부담이 커졌다고 짚었습니다. 석유류 가격 급등이 서비스 물가로도 번지는 가운데 근원물가가 2%대에서 내려오지 않아, 하반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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