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장중 1,560원을 넘어서면서 국내 기업들의 달러 보유가 단기간에 급증하고 있다. 수입 결제와 해외송금, 투자자금 확보 수요에 더해 추가 환율 상승에 대비한 대기성 자금 성격이 겹치면서 외환시장 수급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하이라이트
- 6월 4일 기준 5대 은행의 기업 달러 예금 잔액이 533억9,000만달러로 3영업일 만에 34억6,100만달러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 원달러 환율이 6일 야간 거래에서 달러당 1,561.5원까지 오르며 1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해 기업의 달러 보유 유인이 강화됐다.
- NH농협은행은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3분기까지 이어지면 150조원이 추가 유출돼 원달러 환율이 1,59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 달러 예금 급증과 환율 흐름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4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기업 달러 예금 잔액은 533억9,000만달러로, 지난달 말보다 34억6,100만달러 늘었다. 불과 3영업일 만에 약 5조3,900억원 규모가 쌓인 것으로, 당국 관리가 이어지던 고환율 국면에서 3월 말 447억2,200만달러까지 줄었던 잔액이 4월 말 480억달러대, 5월 말 499억2,000만달러를 거쳐 이달 들어 더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반면 개인 달러 예금은 3월 말 124억9,600만달러에서 이달 4일 121억7,100만달러로 3억2,500만달러 줄었다. 같은 기간 기업 달러 예금이 86억6,800만달러 늘어난 것과 대조적으로, 개인은 달러 강세 구간에서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선 반면 기업은 추가 환율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달러를 쌓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외환시장에서는 6일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61.5원까지 올라 2009년 3월 6일 장중 1,597.0원을 기록한 이후 17년 3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날 새벽 2시 종가는 1,559.0원으로 주간 거래 종가보다 19.9원 높았고, 한국은행 집계 기준 2분기 들어 이달 5일까지 주간 거래 종가 평균 환율은 1,490.98원으로 1998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 수급 부담과 하반기 압력
원화 약세 배경으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대규모 순매도, U.S. 국채 금리 상승, 달러 강세, NDF 시장 변동성이 함께 거론된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국내 주식을 118조원 넘게 팔았고, U.S. 10년물 국채 금리는 4.5% 안팎에서 움직이며 원화에 부담을 주고 있다.기업의 달러 예금 증가는 외환시장 수급에도 직접적인 압박 요인이 된다. 수출기업이 해외에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 시장 내 달러 공급이 늘어나지만, 환전을 미루고 예금으로 쌓아두면 시장에 풀리는 달러가 줄어 환율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Citibank Korea의 김진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환전 규모도 늘지만, 벌어들이는 달러가 더 빠르게 증가해 기업이 보유하거나 예금으로 남겨두는 달러 규모도 함께 커지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도 기업 달러 유입 확대를 뒷받침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 경상수지 흑자는 744억달러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였고, KB국민은행 이민혁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출기업들이 환전 시점을 늦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가격 부담이 커지고, 시장금리와 내수기업 비용 압력도 높아질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3분기까지 이어질 경우 추가로 약 150조원이 유출돼 원달러 환율이 1,59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NH농협은행의 이낙원 FX파생전문위원은 하반기에도 환율이 1,470원에서 1,6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가능성을 제시했고, 연세대 김정식 명예교수는 기업 달러 예금이 시장에 충분히 풀리지 않으면 환율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의 이전 기사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60원대를 돌파한 국면에서 5대 은행의 기업 달러 예금이 단기간에 크게 늘며 기업들이 추가 원화 약세에 대비해 달러를 쌓는 흐름을 짚었습니다. 또한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 대외 요인이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우고, 기업 달러 보유가 시장에 충분히 풀리지 않을 경우 환율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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