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600원선에 근접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실적과 가격 전략이 업종별로 엇갈리고 있다. 수입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식품·유통업계는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는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 개선 가능성을 보고 있다.
하이라이트
- 원달러 환율이 1,550원을 돌파하며 식품·유통업계의 수입 원재료 비용과 가격 인상 압력이 크게 확대됐다.
- 현대경제연구원은 환율이 10% 오를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0.5%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 Samyang Foods와 Orion 등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과 백화점의 외국인 명품 매출이 고환율로 실적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
환율 급등이 키운 원가 부담과 가격 조정 압박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8일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고환율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중동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운송비와 연료비가 이미 오른 상황에서 환율까지 뛰면서 밀, 대두, 설탕, 커피 원두 등 수입 원재료 가격 부담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까지 버티던 기업들도 환율 부담으로 더는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예상보다 환율이 크게 올라 내부적으로 가격 조정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한동안 1,500원 안팎에서 움직이다가 지난주 고점을 높여 갔고, 6일 야간 거래에서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550원을 넘어섰다. 외환당국이 이틀 연속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주식 매도와 U.S.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겹치면서 단기간 내 안정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고, 일부에서는 상단을 1,6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화점업계도 사정이 복잡하다. 명품과 해외 패션 브랜드 상당수가 수입 상품인 만큼 매입 원가 상승이 불가피해 브랜드별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지고, 결국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물가와 환율 상승의 누적효과를 경계해야' 보고서는 환율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0.3%포인트에서 0.5%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국제유가 급등이 겹치면 가격 부담이 평소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 기업과 외국인 소비에는 수혜 기대
반면 같은 식품업체라도 해외 매출 비중이 큰 기업들은 고환율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Samyang Foods는 지난해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이르렀고, 불닭볶음면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U.S., 중국, 유럽 매출이 늘면서 환율 상승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Orion도 중국,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 해외에서 생산·판매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약 70%를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환율 장기화가 수입 원재료 조달 부담을 키울 수는 있지만 신규 구매선 개발과 글로벌 통합 구매를 통해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원화 약세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상품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효과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에서는 명품, 패션, 화장품 소비가 늘면서 예상 밖의 수혜가 나타나고 있으며, 주요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Hyundai Department Store의 더현대 서울은 5월 외국인 명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0.6% 늘었고 하이주얼리는 220.1% 급증했다. Shinsegae Department Store 본점에서는 명품 매출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지난해 9.2%에서 올해 15.8%로 확대됐다.
화장품업계에서도 K뷰티 열풍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AmorePacific와 APR 등이 해외 매출 비중 확대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고환율이 길어질 경우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 실적 양극화가 더 커지고 소비자는 식품과 생활용품 가격 상승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우리의 이전 기사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50~1,560원대까지 급등하며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시장 쏠림과 투기성 거래를 경계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배경을 짚었습니다. 특히 역외 NDF 등 투기성 외환거래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불법 거래 조사와 24시간 점검 체계 등 시장 안정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메시지가 핵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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