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가 한국 경제 성장을 떠받치고 있지만, 메모리 중심 구조를 넘어서지 못하면 향후 경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격 호황에 따른 수익 배분보다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기술 우위 확보를 위한 선제 투자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본다.
하이라이트
- 2024년 1~4월 D램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72.8% 급증했지만 물량 증가는 5.4%에 그쳐 가격 상승이 수출 호조의 주 원인으로 지목됨.
- 한국 반도체 산업의 메모리 편중 구조와 대미·대중 수출 비중은 국제 정세와 공급망 불안에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는 경고가 제기됨.
- 전문가들은 메모리 집중도를 낮추고 설계·후공정 등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에서 공급 주도권을 확보하는 미래 설비투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함.
세미나에서 제기된 메모리 의존 경고
서울 영등포구 FKI 타워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세미나에서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수출 호조가 D램 가격 급등에 크게 기대고 있다고 진단한다.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인 도영웅은 한국 경제가 반도체, 특히 메모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기회보다 위험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는 반도체 산업이 본질적으로 경기 순환성이 큰 업종인 만큼 장기 상승 추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 전반의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도 연구위원은 현재 수출 호황이 빅테크의 실질 수요 확대보다 D램 가격 상승 효과에 의해 부풀려져 보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D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2.8% 늘었지만 물량 증가는 5.4%에 그친다. 그는 빅테크가 이전과 비슷한 수량의 메모리를 사더라도 가격이 오르면 지출만 커져 투자 확대처럼 보일 수 있다며, 실제 설비투자 확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한국의 대U.S., 대중국 교역 비중이 국제 정세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수출 구조와 최근 중동 분쟁으로 심화한 공급망 불안도 함께 위험 요인으로 거론한다.
설비투자와 가치사슬 확장 필요성
전문가들은 메모리 가격 주도 호황이 꺾일 경우 수출 실적이 빠르게 둔화할 수 있는 만큼, 현재의 이익을 미래 경쟁력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쟁국이 D램을 대체할 기술 혁신에 성공하면 메모리 집중도가 높은 한국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도 연구위원은 메모리뿐 아니라 설계와 후공정을 포함한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에서 공급 주도권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가격 사이클에 덜 흔들리는 산업 구조를 만들고 인공지능 반도체 경쟁에서 기술 기반을 넓히기 위한 과제로 제시된다.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승석은 반도체 산업이 자본집약적이어서 현재의 고성장 성과를 분배하는 데 앞서 설비투자를 포함한 미래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윤상하는 반도체 가격 결정력이 유지되는 기간에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유종우는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기업의 국내 투자가 해외 투자보다 유리해지는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의 이전 기사에서는 반도체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성장 동력이 반도체·수출에 쏠리면서 내수와 비반도체 업종으로 회복을 확산해야 한다는 과제를 짚었습니다. 또한 DRAM 가격 급등이 경상수지 개선과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가격 협상력 부족과 대외 여건 변화에 따라 언제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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