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략산업 자금조달, 외국계 금융 의존 커지며 메가뱅크 재논의 부상

한국 전략산업 자금조달, 외국계 금융 의존 커지며 메가뱅크 재논의 부상
전략산업 자금위기 재조명

반도체, 해상풍력, 조선, 방산 등 대규모 선행투자가 필요한 한국 전략산업에서 국내 금융의 자금공급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민간은행의 자본 규모와 위험회피 성향, 정책금융의 한계가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외국계 금융 의존이 심화하고 메가뱅크와 국책은행 확대 논의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하이라이트

  • SK그룹 용인 반도체 팹 등에서 최대 150조원 소요 추산되고, SK hynix·삼성전자도 300조원대 추가 투자 검토로 장기 자금 수요 확대.
  • 2023년 한국 선박금융 78억9,700만달러 중 외국 금융기관 비중 66%로 상승, SK E&S 전남해상풍력 PF 5,800억원 중 3,800억원 외국계 조달.
  • 국책은행·민간은행 모두 자본력 부족과 규제로 대형 투자지원에 한계 드러나며 메가뱅크 추진·은산분리 완화 논의 재점화.

전략산업 투자 수요와 국내 금융의 제약

SeDaily에 따르면, 한국 전략산업의 자금 수요는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금융시스템의 수용 능력을 시험하는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용인 반도체 팹만 해도 약 600조원의 투자가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고, 반도체 팹 1곳의 건설 및 장비 투자비는 30조원에서 40조원, 장비 고도화와 환율까지 반영하면 최대 150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SK hynix와 삼성전자도 광주에서 300조원 플러스알파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어 장기 자금 수요는 더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이 높은 수익을 내더라도 경쟁 우위를 유지하려면 대출과 시장성 조달을 병행해 중장기 투자 재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한국 은행권이 국내총생산 대비 자기자본 규모가 작고 각종 규제로 대형 위험자산 지원에 제약을 받는다는 점이다. 스페인 Banco Santander의 총자산은 2조2,520억달러로 KB금융그룹의 5,527억달러보다 약 4배 크고, 한국보다 국내총생산이 작은 스위스와 네덜란드도 더 큰 은행을 보유하고 있다는 비교가 제기된다.

한국개발은행도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 활용 방안 및 주요 산업 육성 전략' 보고서에서 국가성장펀드 150조원 가운데 저리대출 50조원이 모두 집행되더라도 산업금융 전반의 정책금융 수요에는 상당히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성장펀드만으로는 첨단전략산업의 전체 투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외국계 자금 의존 확대와 제도 재검토 압박

국내 민간금융의 공백은 외국계 금융 의존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SK E&S가 전남 신안군 임자도 해상에서 추진하는 전남해상풍력은 국내 최대 민간 주도 해상풍력 사업인 96MW 규모인데, 사업비 가운데 프로젝트파이낸싱 5800억원 중 3800억원을 Bank of America를 포함한 외국계 은행에서 조달했다.

조선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적선사가 보유한 선박 1,041척에 투입된 선박금융 78억9,700만달러 가운데 외국 금융기관 비중은 66%로 전년보다 3%포인트 상승했고, 정책금융이 아닌 국내 민간금융이 공급한 선박금융은 전체의 3%에서 7% 수준에 그쳤다.

원광대 경제학과 최남진 교수는 국내 시중은행이 위험투자를 회피하는 성향이 강한 데다 자본 규모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상풍력 터빈 몇 기나 초대형 선박 몇 척만으로도 수조원이 필요해 국내 자본만으로 조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2010년대 초반 제기됐던 한국형 초대형 은행, 이른바 메가뱅크 논의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U.S.-중국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 각국이 산업정책을 재설정하면서 금융 지원이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발달한 자본시장을 가진 U.S.와 달리 3대 메가뱅크를 통해 첨단산업에 자금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Mizuho Bank는 JAXA와 손잡고 우주기술 특화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이정환 교수는 고위험 벤처투자는 증권사가 맡고 은행은 국가 첨단전략산업에 대규모 저리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책은행 확대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규모가 작아 방산 수출이 발생할 때마다 지원 한도 문제에 부딪히고 있으며, 2023년 Hanwha Aerospace와 Hyundai Rotem이 폴란드 등과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계약 30조원을 맺었을 때도 금융 지원을 확보하지 못해 수출이 무산될 위기를 겪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수출입은행 자기자본은 186억7,000만달러로 중국의 33%, 일본의 86% 수준에 머문다.

일부에서는 산업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유입을 허용해 은행 대형화를 돕도록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남진 교수는 은산분리 규제가 고도성장기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지금은 제도가 충분히 갖춰졌고, 현재로서는 산업 발전의 장애물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매체는 KB금융그룹이 KB증권에 1조원을 추가 투입해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KB증권 자기자본을 8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려 IMA 사업 진입 요건을 충족하는 흐름을 전한 바 있습니다. 당시 기사에서는 이번 자본 확충이 단순 증자가 아니라 기업금융·벤처투자 등 모험자본 공급을 늘리고 초대형 IB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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