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초 원화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의 최저 수준인 달러당 1,560원대로 떨어지면서 국내 물가와 자금 흐름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높은 환율은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단가를 끌어올려 가계의 실질 구매력과 기업 수익성을 함께 압박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이라이트
- 올해 2분기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도액이 88조원에 달하며, 채권 순매수와 주식 유출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
- 6월 29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U.S. 주식 보유액은 1,899억달러로 연초 대비 264억달러 증가해 달러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 최근 1년간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0.9로, 원화와 엔화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주식 자금 유출과 달러 수급 불균형
MK에 따르면, 올해 원화 약세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확대가 꼽힌다. 정부 안팎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국고채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대규모로 팔고 있어, 채권 자금 유입 효과가 주식 자금 유출에 상당 부분 상쇄되고 있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시작된 3월 31일 이후 6월 26일까지 외국인의 국고채 순매수 규모는 체결 기준 37조3천억원, 결제 기준 30조7천억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외국인은 올해 2분기에만 국내 주식을 총 88조원어치 순매도했고, 6월 29일 하루에만 7조7천억원어치를 팔았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통상 환전이 1~2일 안에 이뤄지고 하루 단위 달러 환전 수요가 수조원대에 이른다며, 이런 흐름이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상 6월 29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U.S. 주식 보유액은 1,899억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264억달러 늘어, 해외로 향하는 자금 흐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은 대만과의 비교에서도 두드러진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4개 분기 경상수지와 국내외 주식투자를 합산한 한국의 순외환 공급 규모는 210억달러에 그친 반면, 대만은 1,667억달러에 달한다. 다만 외환당국은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한 대만과 자유변동환율제인 한국은 환율 운용 체계가 달라 단순 비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10일 발표된 SK Hynix의 나스닥 ADR 상장도 주시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최대 45조4천500억원을 조달할 경우 국내 외환시장 환전 규모에 따라 달러당 원화 가치가 최대 40원가량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미 금리차와 엔화 연동성 확대
달러 수급 문제가 환율 상승의 직접 원인이라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와 같은 펀더멘털 변수는 원화 약세의 기반 요인으로 꼽힌다. 6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U.S.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에 퍼지면서 한국과 U.S.의 금리차가 쉽게 좁혀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Bank of America Global Research는 최근 보고서에서 U.S. 연방준비제도가 9월, 10월, 12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공식화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한미 금리차 해소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도 또 다른 변수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0.9에 이르러 두 통화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당일 원화 약세가 엔화 약세와의 동조화, 외국인 주식 순매도 영향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상반기에만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1천억달러어치 순매도한 만큼 하반기에는 매도 규모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시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U.S. 의존도가 높은 첨단 산업 비중이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두 나라를 비슷한 수출 구조의 경제로 인식한다고 본다. 이 때문에 U.S. 통화정책 변화나 글로벌 자금 이동이 원화와 엔화에 유사한 방향으로 반영되는 흐름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우리의 이전 기사에서 원/달러 환율이 1,560원선에 근접한 배경으로 글로벌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그리고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겹치며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다고 정리했습니다. 또한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 확대, 기업의 달러 보유 성향 등 수급 요인이 맞물리면 환율 변동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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