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 급증에 대응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생산능력 확대 속도를 높이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 시점을 대폭 앞당기는 구상을 내놓았지만, 업계는 투자 집행의 현실성과 향후 수급 변동을 함께 따져야 한다고 본다.
하이라이트
- SK그룹은 'Computex 2026'에서 5년 내 웨이퍼 생산능력 두 배 확대를 목표로 발표, AI 수요 대응을 강조했다.
-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 시점을 2034~2035년으로 10년 앞당기려 추진하나 토지 보상률이 43%에 불과해 현실적 난관이 크다.
- Counterpoint Research는 2027년 메모리 시장 규모가 2,100조원으로 증가하나 증가율 둔화와 신규 팹 출하로 가격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용인 클러스터 조기화와 증설 계획
SeDaily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열린 'Computex 2026'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5년 안에 전체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AI 수요 확대 속에서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업계의 긴박감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삼성전자와 SK hynix는 수요 전망 변화에 맞춰 증설 일정을 계속 조정하고 있다. 적기에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면 U.S.의 Micron, 중국의 Changxin Memory Technologies, CXMT 등에 시장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부도 속도전에 힘을 싣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수요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 시점을 2040년대 중후반에서 2034~2035년으로 약 10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를 포함한 호남권에 대해서도 전공정 팹 건설에 7~8년이 걸리는 만큼 지금부터 투자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기업들은 대량 생산능력 확대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우선 기존 투자 계획을 차질 없이 수행하는 것이 먼저라는 온도 차를 보인다. SK hynix는 월 약 55만 장 수준인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약 111만 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내년 청주 M15X의 본격 가동 약 10만 장과 2030년 완공 예정인 용인 1기 팹 약 36만 장이 반영된다. 삼성전자도 평택 P5 등 기존 부지의 유휴 용지를 활용하면서 시장 상황에 맞춰 용인 국가산업단지 개발을 유연하게 추진하고 있다.
현장 여건은 녹록지 않다. 총 360조원이 투입되는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토지 보상률은 올해 3월 말 기준 43%에 그쳐 착공을 위한 기반 작업도 절반을 넘지 못했다.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평택 팹 일정도 시장 상황에 따라 월 단위로 조정되는 만큼, 토지 확보조차 끝나지 않은 용인 단지의 완공을 일괄적으로 10년 앞당기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시각이 업계에 퍼져 있다.
SK hynix 역시 용인 1기 팹의 2030년 정상 가동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으며, 2030년대 중반까지 4개 팹을 모두 완성하는 세부 계획은 아직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용인과 평택 현장에 전국의 중장비와 건설 인력이 집중되면서 추가 자원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책 지원 필요성과 수급 리스크
용인 클러스터를 조기에 완성하려면 대규모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커진다.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가는 최첨단 팹을 예정보다 10년 앞당겨 가동하려면 토지 보상과 전력, 용수 같은 인프라 관련 규제 완화와 전례 없는 행정 지원이 요구된다는 것이다.업계 관계자는 SK hynix 용인 일반산업단지도 부지 확보부터 전력과 용수 문제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했지만 계획부터 착공까지 6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행정 지원이 있어야만 용인 조기 완공과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제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단기간에 자금과 자원을 대거 투입할 경우 과잉투자 후유증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AI 수요가 강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경기 순환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호황기에 무리하게 증설했다가 가격 하락 국면을 맞으면 막대한 고정비와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과거 과도한 확장 뒤 수요 급감으로 큰 손실을 본 일본 Kioxia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ounterpoint Research는 올해 메모리 시장이 1,500조원으로 전년의 약 4.2배 규모로 성장하지만, 2027년에는 2,100조원으로 늘더라도 증가율은 전년 대비 40%로 크게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7년 하반기부터 신규 팹 물량이 본격 출하되면 가격 조정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반도체 주도권 경쟁의 승패는 단순한 속도전보다 장기공급계약, LTA와 맞춤형 HBM 중심의 정교한 수급 관리에 달렸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대 경영대학 유병준 교수는 기업들이 당장 호남에 새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어야 할 만큼 증설이 시급한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청년 인재의 지방 기피에 대한 대안 없이 정치 논리로 공장을 유치하면 결국 막대한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SK hynix의 나스닥 ADR 상장 추진을 통해 대규모 자본 조달에 나선다는 점을 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조달 자금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과 첨단 패키징 공장 등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에 투입될 예정이며, AI·고성능 메모리 수요 확대에 맞춘 중장기 생산기반 확충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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