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AI 데이터센터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확보를 위해 원전, 재생에너지, 댐, 하수 재이용을 총동원하는 인프라 계획을 내놓고 있다. 900조원 이상 투자되는 호남 반도체 생산거점과 18.4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하는 구상으로, 전력망 안정성과 초순수 공급의 현실성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하이라이트
- 정부는 2035년까지 전남 지역에 37.8GW 재생에너지 설비를 도입하고 원전 계속운전을 추진해 반도체 허브 전력 수요를 대응할 계획이다.
- 올 하반기 예정된 지역별 차등요금제 시행으로 지방 이전 기업에 전기요금 인센티브 제공 가능성이 있으며, 전력망 품질 저하 우려도 완화될 전망이다.
- 정부는 하루 65만톤 물 수요 대응에 댐 용수·재이용수 활용 의지를 보이나, 반도체용 초순수 확보와 지역 갈등 등 물 공급 부문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원전 연장과 재생에너지 결합 구상
SeDaily.com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에 필요한 전기와 물을 공급하기 위해 기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신규 원전 건설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요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대회'에서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반도체와 전력이 국가 전략의 핵심이 된 시대에 들어섰다며 태양광, 풍력, 원전, SMR, LNG의 수소 전환까지 모든 에너지원의 동원을 강조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원전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며, 통상 9~10년이 걸리는 원전 건설의 속도 제고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특히 서남권 반도체 허브가 들어설 광주·전남 지역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력이 풍부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광주·전남의 지난해 총발전량은 72.8TWh로 소비량 43TWh의 1.7배 수준이다. 정부는 2035년까지 전남에 총 37.8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보급할 계획이며, 이는 서남권 반도체 허브의 4개 팹 가동에 필요한 6.3GW를 크게 웃돈다. 전남 신안군에만 최대 11GW가 설치되는 해상풍력은 야간 발전량이 주간보다 많아 태양광의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도 기대된다.
기후부는 태양광의 간헐성 문제를 원전으로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은 6기, 총 6GW 규모로 운영 중이며, 1호기는 지난해 설계수명이 끝났고 2호기는 올해 만료된다. 2035년부터는 3~6호기도 순차적으로 설계수명 종료를 맞는 만큼, 정부는 계속운전 승인을 통해 기존 설비 활용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전력요금과 용수 조달의 지역 과제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쓰면 전력망 품질 저하 우려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면 주파수와 전압이 불안정해질 수 있지만, 대형 터빈을 돌리는 원전이 기저전원 역할을 하면 계통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삼성전자와 SK hynix를 따라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들도 전기요금 측면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다.다만 전문가들은 설비 확충의 현실성이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산업시설에서 재생에너지를 쓰려면 대규모 ESS 구축이 필요하지만 비용이 막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 생산·지역 소비 기반의 분산형 전력망을 구축하려면 354kV 변전소 확충과 설비 개선도 필요하지만, 글로벌 변압기 시장은 이미 공급 부족 상태여서 신규 주문에도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용수 부문에서 정부는 하루 65만톤 수요도 대응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윤석대 K-water 사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남권에 확보된 댐의 여유 수량이 하루 약 40만~50만톤이고, 지방자치단체 운영 댐과 농업용 댐, 한국수력원자력의 발전용 댐까지 활용하면 하루 30만톤 이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K-water는 하수처리장 재이용수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간 갈등 가능성과 반도체 공정용 물의 품질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서남권 반도체 허브가 들어설 나주평야 일대는 이미 생활·공업용수 수요의 73%를 섬진강 수계 주암댐과 동복댐에서 끌어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시설에 초순수가 필요해 하수 재이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으며, 이재명 대통령도 예측하기 어려운 장기 가뭄이 발생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의 이전 기사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반도체·피지컬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제시하며 서남권 대규모 투자 구상을 공식화한 흐름을 정리했습니다. 용인·평택 중심의 기존 생산거점 한계와 전국 단위 데이터센터 구축 필요성, 그리고 정부-기업 공조를 통해 투자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방향을 함께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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