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에서 해외 이직을 통한 기술 유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2023년 도입한 첨단전략기술 전문인력 지정 제도가 시행 이후 한 건도 활용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노조 반발과 핵심 인력 정보 노출 부담을 이유로 정부 지정 대신 자율 관리를 택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이라이트
- 2023년 10월 기준 국가첨단전략산업법상 전문인력 지정 사례는 제도 시행 이후 4년간 0건으로 나타났다.
- 기업들은 출입국 정보 제공, 이직 제한 등 정부지정보다 자체 보안 및 전직 금지 약정 등 자율적 인력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는 기본권 침해 우려를 반영해 제도 개선과 전문인력 인센티브 도입을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다.
제도 운영 현황과 미활용 배경
서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21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 올해 10월 기준 국가첨단전략산업법상 전문인력 지정 사례는 제도 시행 이후 0건으로 나타난다.이 제도는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다루는 핵심 인력을 통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된다. 현재 국가첨단전략기술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로봇, 방위산업 등 6개 분야 19개 기술로 지정된다.
기업이 핵심 인력 지정을 신청해 정부 승인을 받으면 해당 직원과 해외 동종 업계 이직 제한 기간, 비밀 유지, 퇴직 후 재취업 정보 제공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법적 요건을 충족하면 해당 인력의 출입국 정보 제공도 신청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 신청이 있어야만 지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며,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 침해 우려를 고려한 구조라고 설명한다. 또 기업들이 소속 인력과 노조의 반발, 핵심 인력 정보 노출 부담 등을 이유로 정부 지정보다 자율 관리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첨단산업 보안 정책에 미치는 영향
기업들은 현재 자체 보안 관리 체계와 전직 금지 약정 등을 통해 핵심 인력을 관리하고 있지만, 정부 제도는 사실상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첨단산업의 인력 보호 정책이 현장 수요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산업계 일각에서는 핵심 기술 인력의 이동을 제한하는 규제보다 충분한 보상과 인센티브를 통해 국내 잔류를 유도하는 장치가 더 실효적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서 인력 이동을 통한 기술 유출 사건이 잇따르는 만큼, 규제와 보상 체계를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반영해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관계부처와 함께 기본권 침해 소지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개선 방안을 찾고, 전문인력 인센티브 마련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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