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재료 업체 가격 담합 조사와 인하 압박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지만, 통화·재정 여건을 함께 보지 않으면 가격 안정 효과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다.
하이라이트
-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설탕·물엿 제조업체 7곳의 5조8천억원 규모 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최대 20%까지 부과할 방침을 시사했다.
- 정부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13조원, 올해 유가 부담 완화 10조원 등 추가 유동성 공급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 단기적 가격 인하 압박과 가격 통제 지속 시 식품·소비재 업계의 투자, 수익성, 법적 분쟁 부담 확대 우려가 제기됐다.
원재료 담합 조사와 가격 인하 압박
SeDaily.com에 따르면 식품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밀가루·설탕·물엿 제조업체 가격 담합 조사와 관련해 과징금 규모가 수년치 영업이익에 이를 수 있어 기업들이 행정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는 당장은 가격을 낮추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제재 수위의 적정성을 법원에서 다투게 될 가능성을 거론한다.담합이 확인되면 강한 제재는 불가피하다. 원재료 시장의 불공정 행위는 라면, 빵, 과자, 음료 같은 가공식품은 물론 외식 가격까지 끌어올려 소비자 부담을 키우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당국의 움직임은 담합 적발을 넘어 물가를 서둘러 끌어내리려는 대응으로 비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밀가루 담합 사건에서는 조사 기간 단축을 위한 별도 태스크포스가 꾸려졌고, 심사보고서 발송 단계에서 이례적으로 공식 브리핑도 이뤄졌다. 공정위는 기업간거래 밀가루 시장의 88%를 차지하는 7개사가 5조8천억원 규모 판매에서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고 보고, 과징금이 최대 20% 수준에 이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문제는 단속의 칼날이 담합 입증보다 가격이 오른 업종을 선별하는 쪽으로 향할 경우 시장 질서 확립보다 사실상의 가격 통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생계비와 연관됐다는 이유만으로 조사가 넓어지면 조사 대상에서 자유로울 품목은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 지출과 물가 정책의 엇박자
올해 1월 국내 밀가루와 물엿 업체들이 가격을 내리기 직전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8% 올랐지만, 곡물은 15.7%, 수산물은 5.9%, 축산물은 4.1% 상승했다. 특정 품목 가격만 겨냥한 대응으로는 전반적인 물가 압력을 설명하거나 해소하기 어렵다는 의미다.더 큰 문제로는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한 뒤 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행정적으로 억누르려 한다는 비판이 제시된다. 정부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통해 약 13조원을 시중에 풀었고, 올해도 유가 부담 완화를 위해 약 10조원의 재정을 집행했다. 시중 자금이 늘어나면 화폐가치 하락과 환율 상승 압력이 뒤따를 수 있는 만큼, 물가 안정을 원한다면 가격표 단속보다 재정정책과 산업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시각은 단기적인 가격 인하 성과를 내세우기보다 차기 정부와 미래 세대가 떠안을 비용까지 고려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식품과 소비재 업계 전반에서도 가격 통제 성격의 대응이 이어질 경우 투자와 수익성, 법적 분쟁 부담이 함께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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