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송전망 지연 장기화, 반도체 전력공급과 발전 제약 비용 키운다

국내 송전망 지연 장기화, 반도체 전력공급과 발전 제약 비용 키운다
송전망 지연, 전력 위기

국내 전력망 건설이 주민 반발과 인허가 지연으로 장기 표류하면서 수도권 전력공급 안정성과 산업 전력 수급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4월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가 착공 21년 만에 준공됐지만, 현재도 54개 송전망 사업 가운데 20개가 지연되고 있다.

하이라이트

  • 동해안-동서울 초고압직류송전 HVDC 사업은 하남시 인허가 미허가로 준공이 2019년 이후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 송전망 지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확대되며, 하남시 변환소 증설 불허로 연간 3000억원 비용이 추가 발생한다.
  •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21년 만에 2023년 준공 후 연간 3500억원을 절감했으며, 주민 수용성 강화가 핵심 과제로 지목됐다.

송전망 지연 현황과 핵심 사업

전력업계에 따르면 12일 현재 송전망 건설사업은 이른바 전자파 우려에 따른 주민 반발과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지연으로 곳곳에서 막히고 있다. 송전망은 여러 지역을 통과하는 특성상 경유지 주민 동의를 얻더라도 변전소나 변환소 같은 연계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서 다시 반대가 제기되는 구조다.

대표 사례로는 동해안-동서울 초고압직류송전, HVDC 사업이 꼽힌다. 이 사업은 지난해 5월 79개 모든 마을과 주민 합의를 마쳤지만, 하남시가 동서울 변환소 증설 인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2019년이었던 준공 시점이 무기한 미뤄지고 있다. 동서울 변환소는 동해안에서 생산한 초고압직류 전력을 가정과 공장에서 쓸 수 있는 교류로 바꾸는 핵심 설비여서, 송전선로가 완성돼도 변환소 확장이 없으면 전력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이 사업은 신한울 원전과 동해안 대규모 석탄화력 등에서 생산한 전력을 서울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것으로,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용인과 이천 일대 수요 대응과 맞물려 있다. 송전 용량은 4GW로 국내 표준 원전 4기에 해당한다.

하남시와 한국전력은 증설 인허가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2월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변환설비 증설 불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했고, 당시 행정심판위는 한국전력의 손을 들어 불허 처분 취소를 결정했다. 반면 하남시는 주민 동의 없이 추가 인허가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해남-신강진 송전선로 건설도 주민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핵심 시설인 신강진변전소는 원래 2021년 4월 준공 예정이었지만 장성군에 집단 민원이 제기되면서 목표 시점이 내년 9월로 6년 이상 밀렸다. 동두천CC-양주 송전선로 사업 역시 송전탑 건설 반대로 7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산업계 비용 부담과 대응 과제

전국 송전망 사업이 늦어질수록 발전한 전력을 수요지에 제때 보내지 못해 경제적 손실도 커지고 있다. 하남시의 변환소 증설 허가 지연만으로도 발전 제약에 따른 비용이 연간 3000억원으로 예상되며, 변환소 확장 없이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반대로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지난해 4월 21년 만에 준공된 뒤 연간 3500억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2003년 첫 삽을 뜬 이 사업은 당초 2012년 완공 목표였지만 주민 민원과 지자체 인허가 지연으로 장기간 표류했고, 2014년에도 계획보다 2년 늦어지는 등 국내 전력망 갈등의 대표 사례로 꼽혀 왔다.

전문가들은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지상 송전선로 대신 지중화나 해저화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며, 공사비 증가분과 송전망 지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고 밝혔다. 초기 비용이 더 들더라도 주민이 수용하는 방식으로 1~2년 안에 공사를 끝내는 편이 국가 전체로는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인근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전력 체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송전망 다수가 비수도권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구조에 맞춰져 있어, 앞으로도 주민 반발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전 기사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전력 인프라 관련 업종까지 수혜가 넓어질 가능성을 짚었습니다. 특히 전력 수요 증가가 변압기·원자력·에너지저장장치 등 전력 설비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 산업 전반에서 전력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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